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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요즘 자꾸 피로한데 내 간은 건강할까요?

by KMDK 2020. 9. 12.

최근 들어 간 건강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마 간에 대한 걱정은 유명한 CF, "간 때문이야" 이후로 대중화되지 않았나 합니다.

 


https://youtu.be/oyEzoyFUCh4

 

 

정말로 피로는 간 때문일까?

 

한국인만큼 야근을 많이 하는 민족이 있을까요?
진료실에 앉아있으면 피로감을 호소하지 않는 환자를 보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간 문제가 아닐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연 피로는 간 때문일까요?

예방의학회지 38권 제 1호에, 우리나라 직장인 피로의 역학적 특성이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www.jpmph.org/upload/pdf/jpmph-38-1-71.pdf

 

역학(疫學, epidemiology)이란 사주 역학이 아니라 질병 특성에 대한 통계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연 우리나라 직장인 피로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쉽게도 간 건강때문에 생기는 피로는 따로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심리적 요인(49.1%)이며, 업무과다(20.6%)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육체적 질병은 3.7%로 그 비율이 낮았습니다.
그 안에서도 우울증, 전신성홍반성낭창(SLE),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색, 신장질환 등 피로와 밀접한 질병들이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피로하다 → 간이 나쁘다"로 연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간 건강이 나쁘면 피로감이 생기는 건 정말일까요?


간(肝)의 별명은 '침묵의 장기'입니다.
간의 병변은 어지간해서는 증상으로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체로 피로감의 원인은 간질환보다는 단지 '피로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간의 질환에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경우는 대개 만성질환입니다.
만성간염 혹은 간경변 등에서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본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아주시고, 검진상 큰 이상이 없다면 일단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래는 간 질환에서의 피로감이 어떤 기전으로 나타나는지를 알려주는 논문입니다.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면 됩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582971/pdf/cjg200181.pdf

 

내 간은 건강할까?

 

아래 중 세 가지 이상이 해당하면 간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신다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1. 가족 중 간질환 환자가 있거나 간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있다.
2. 과도한 음주를 지속하고 있다.
3. 수혈을 받은 적이 있다.
4. 당뇨, 비만, 고혈압이 있다. 
5. 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소화가 안 된다.
6. 입에서 역한 냄새가 계속 난다.
7. 눈의 흰자위와 피부가 노랗게 변한다.
8. 뚜렷한 이유없이 피로감이 지속된다.
9. 나이에 맞지 않게 여드름이 난다.
10. 목이나 가슴, 배에 붉은 혈관이 보인다.
11. 우상복부에 통증이 느껴진다.
12. 소화가 잘 안되고 구역질이 자주 나타난다.
13. 약한 자극에도 잇몸에 출혈이 생긴다.
14.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한다.
15. 다리가 붓고 배가 불러진다.
16. 오른쪽 어깨가 불편해서 돌아누워 잔다.
17. 여성은 털이 많아진다.
18. 남성은 성기능이 떨어지고 유두가 커질 수 있다.

 

 

간, 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오장육부(五臟六腑)'라는 말을 알고 계실텐데요.
1분안에 오장과 육부에 어떤 장기가 속하는지 한 번 떠올려볼까요?

오장 : 간 심장 비장   신장(콩팥)
육부 : 담 소장 위 대장 방광 삼초

아마 은근히 오장육부가 안떠오르는 분들이 많으실 거에요.
특히 육부를 다 알고계시는 분은 한의학 관련 종사자이신 것으로....

오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대부분 간이나 심장일텐데요.
간을 빼먹는 구미호 이야기나 우루사 광고, 순대 친구 간, 프랑스 요리 푸아그라 등...
우리는 은근히 간에 대해 여러가지를 듣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대충 알고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럼 얘가 하는 일은 뭘까요?
뭔 일을 하길래 간을 빼먹으면 죽는 걸까요?

① 대사 : 소화, 흡수된 모든 것들을 대사합니다.
② 합성 : 담즙산과 단백질 지질을 합성합니다.
③ 저장 : 당을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합니다.
④ 배설 : 대사 산물, 각종 노폐물을 담즙과 함께 배설합니다.

 

쉽게 말해 대사공장입니다.
요즘 디톡스니 독소배출이니 여기저기서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해독의 메인은 간입니다.

 

간은 어떻게 손상을 입을까?

우리가 먹은 모든 음식물은 간문맥을 통해 간을 거치게 됩니다.
음식물 뿐 아니라 약물도 모두 간을 거치게 되지요.

간의 약물, 독성물질 대사과정은 총 2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 1상반응(Phase 1 reaction); CYP 효소반응
 - 2상반응(Phase 2 reaction); Conjugation. 포합, 합성반응.

그리고 대사가 된 물질을 배출을 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이것이 담즙, 즉 쓸개즙입니다.

 

 - 3상반응(phase 3) : Efflux. 배출단계.

독성 간염의 기전을 이 세 가지 단계를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코올 간질환, 채희복, 대한소화기학회지: 제53권 제5호, 2009.

 

우리가 흔히 말하는 A, B, C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이는 감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감염경로를 조심해야 합니다.

독성 간염은 독성물질 그 자체, 또는 대사를 거친 대사산물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독성 물질의 세포 내 스트레스는 글루타치온의 고갈과 산화 스트레스로 촉발되어 면역학적인 단계를 거쳐 세포자멸사(apoptosis)에 이르게 됩니다. (아래 도식도를 참고)

 

독성 및 약인성 간손상 - 발생기전 - , 서정일, 2004년 대한간학회.

여기까지가 1상, 2상반응을 거치며 일어날 수 있는 간손상입니다.

간으로 들어온 물질은 1상, 2상 반응을 거치며 수용성 물질로 변하게 되는데, 수용성 물질은 세포막을 뚫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송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독성 물질이 이 수송단백질을 억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에서의 대사 노폐물이 배출 되어야 하는데 배출되지 않는 상태인 거지요.
이 경우가 담즙정체성 간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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