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의협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by KMDK 2022. 4. 25.

한의협은 엑스레이 등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의협은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매번 꾸준하죠.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226

왜 이렇게 한의사와 한의학을 혐오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내 생각을 간단히 풀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저는 한의사이지만, 한의사 vs 의사의 진영논리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고, 의료계 테두리 밖에 있으신 분보다 직접적으로 '양의사집단'의 사이버불링에 당해온 바는 있기 때문에 피해자로서의 울분은 있는 편입니다.

 


 

1. 한의사는 정말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나?

 

한의사는 현행법상으로도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인 즉, 검사비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엑스레이나 초음파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기초 역량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상판독을 무작위로 시켜보면 의사보다 한의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 차이가 뭐냐?

숙련도의 차이입니다. 기초 해부학이나 원리적인 이해를 한의사들이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폄하입니다.

계속 쓰고 봐야 늘죠. 그 점에서 어느 정도 수련을 거친 후에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만큼 영상판독을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내과 전문의보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골절이나 인대, 건 파열 진단을 잘 할 것이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정형외과 전문의보다 태아 초음파에 능숙할 것입니다.

 

결국 어떤 목적을 가지고 수련하느냐의 문제라는 겁니다.

 

둘째로, 연구용이 아니더라도 엑스레이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개설하여 MD를 고용하면 됩니다. 보통 일반의(GP)나 정형외과(OS)전문의를 고용하고, 방사선사를 고용하여 엑스레이를 촬영합니다.

 

 

2. 한의대는 의대와 커리큘럼이 달라서 사용할 수 없나?

 

커리큘럼이 다르죠. 다른 면허니까요.

그런데, 기초 생리/병리와 해부학, 영상의학은 어차피 다 배웁니다.

 

의대 수준의 양방 교육은 하지도 못할 뿐더러 한의대에서 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학적 문해력(medical literacy)'이겠죠. 그 정도 수준의 교육은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졸업한 동국대의 커리큘럼입니다.

 

진단검사의학은 병리검사들이구요, 영상의학은 x-ray / CT / MRI / 초음파 등을 배우는 것입니다.

 

사실 둘 다 양방 교수님이 오셔서 수업해주시는 것입니다.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253 

 

"의대교수 한의대 출강금지" 강력 권고 - 메디칼업저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의과대학 교수들의 한의대 출강금지를 강도 높게 촉구하고 나섰다. 미이행 회원·기관에 대해서는 의협 윤리위원회 제소나 기관 경고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강구한다

www.monews.co.kr

근데 '그 분'들이 한의대에 출강하시는 분들을 못하게 막았죠.. 그리고 커리큘럼에 대한 딴지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한의사들이 강의하면 되지 않냐?' 하는 생각이 들텐데,

그래서 저 이후로 한의사들이 영상진단에 대한 학회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통용되는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한의사들도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초음파사 자격증입니다.

https://www.apca.org/certifications-examinations/registered-in-musculoskeletal-sonography/musculoskeletal-sonography-msk/

 

Musculoskeletal Ultrasound Examination – MSK | APCA

The musculoskeletal ultrasound examination (MSK) tests knowledge and skills related to msk ultrasound. The next application period will open January 25, 2022.

www.apca.org

그런데, 골절이나 건 파열 등의 판단이 양방이 따로있고, 한방이 따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골절이나 건 파열에 있어서 어떤 사고경로를 따라 치료계획을 잡느냐가 달라질 수 있겠죠. 그리고 그 두가지가 다를 필요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골절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계적인 안정성입니다. 일단 붙여놓고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정형외과에서는 mechanical environment를 확보해주는 것이고, 나머지는 내과적 처치입니다.

현실적으로 한의원에서 정복술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만약 한의원에서 골절을 발견하게 된다면, 정복술과 고정술은 정형외과에서 받으시고 내과적인 미세 환경을 잘 조성해주는 것과 통증의 제어에서는 한의학적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3. 한의사들은 약 팔아먹으려고 진단검사를 활용할 것이다.

 

일단 이 부분은 먼저 공격이 들어온 것이니, 역공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진단검사 자체가 양방병원의 가장 큰 수입원 아닙니까? 그러면 의사들은 돈 벌려고 검사하나요?

 

과잉진료, 과잉검사하는 병의원이 있겠지만 전부가 아니겠죠.

한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엑스레이나 초음파 보고 곧바로 불필요한 비급여치료를 권하는 한의사가, 진단검사기기가 없으면 그러지 않을까요? 필요와 불필요의 기준은 누가 정하나요? 매우 애매합니다.

 

'연골재생주사'는 효과가 있나요? 신데렐라 주사는요? 감초주사는요?

그 판단은 의료인이 내려야 하는 것이고, 아직까지는 불완전한 인간에게 의료체계를 맡길 수 밖에 없는 기술력이기 때문에 비도덕적이고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의료인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한약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진단검사기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말씀드리는데 엑스레이나 MRI, 초음파 소견만 보고 한약을 날리는 한의사는 그다지 처방실력이 좋은 분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의학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기술이자 학문체계거든요. 예를 들어 골절이 있다고 해서 골절에 좋은 처방이 획일화될 수 없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좋은 처방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한의학적 진단체계(변증체계)에 따라 처방을 바꿀 수도 있고, 처방에 특정 약재의 양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골절 치유에 필요한 미세환경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체내의 생화학적인 미세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한의학이 유효합니다.

 

1 아니면 0이 아닙니다. 한약 처방을 골절을 보고 고를 수 없다고 해서, 엑스레이가 필요없지는 않습니다. 엑스레이나 MRI가 있으면 좋지요. 자료는 다다익선이고, 한의사는 기본적으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소양은 있다고 봅니다.

 

 

4. 한의사들은 엑스레이 사용이 허용되면 엑스레이를 많이 사용할까요?

 

제 생각에 한의원들은 엑스레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요.

 

한의원 뿐 아니라 로컬 의원만 가도 엑스레이를 사용하는 것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책임의 문제입니다. 그냥 압통이나 이학적 검사, 병력(history)만 가지고 골절 진단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골절을 놓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보통은 그냥 넘어갑니다만 법적으로 물고 늘어진다면, 진단을 놓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엑스레이는 기본적으로 방사선이 나오는 기계입니다. 엑스레이 실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납으로 벽을 처리하고 문에도 납을 넣어서 방사선이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어서 수가를 받는다고 한들, 그리 큰 수가도 아닙니다.

 

 

리스크와 비용이 늘어나는데 얻을 것은 없는 상황이죠.

한의원에서는 엑스레이를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한방병원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냥 의사 고용해서 찍으면 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왜 이렇게 의료 진단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것일까요?

 

 

1.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오진, 불필요한 진단이 늘어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의사분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집단에 속해있으면 오히려 나만의 생각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기 때문에 벗어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안합니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이 글을 본 의사분들 중 1-2명이라도 한의사와 한의학에 대한 편견없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A. 숙련도의 문제이며, 이미 사용하고 있는 한의사들은 거진 고인물들이라서, 일반적인 의사분들과 비교해도 손색은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한의사들은 GP와 비교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요.

 

무분별한 사용으로 비급여를 권하는 것은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의사들이 도덕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책임과 비용과 이익의 미묘한 균형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무분별하게 찍고 비급여 날리는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엑스레이 찍고 실비로 무분별한 척추 수술하는 수준이 아닐까요? 솔직히 그것보다 적을거라 생각합니다. 한약... 부담없잖아요. 먹는다고 비가역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구요. 굳이 엑스레이 안찍어도 필요한 분들은 권하면 드십니다..

 

ps. 공격의 의도는 아닙니다. 저는 의사라서, 치과의사라서, 한의사라서 도덕심이 차이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의도적인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은 인간의 특성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무분별한 척추수술의 예를 들었습니다.

 

 

2. 회원들(의사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

 

이 부분부터는 선수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정치적인 집단은 대다수의 개인을 설득할 명분을 세우고, 실제 의도는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협회는 이익집단입니다. 나쁜 것이 아니구요, 원래 이익집단입니다.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하는 집단입니다.

 

돈은 중요합니다. 다만 돈만 중요한 것과는 다릅니다. 너무 이익만을 보게 되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문제는 이익만을 보는 포지션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 때에도, 이익은 관심없다는 듯한 표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독점에 대한 당위성은 원래 없습니다.

 

자, 한의사가 '한방원리'에 입각하지 않은 진단기기를 쓰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죠. 그런데 엑스레이말고 다른 진단기기를 생각해봅시다.

 

한의원에 혈압계 가져다놓는다고 문제삼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혈압계는 일반인들도 살 수 있는 간단한 기계라구요? 청진기는요? 청진기는 다분히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의료도구 아닙니까? 동의보감에 청진기 나오나요? 그런데 왜 한의사들이 청진기 쓰는 것은 문제 삼지 않죠?

 

복진은 어떤가요? 한의사들이 복진을 할 때 타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방원리인가요? 그냥 간이나 비장의 경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에 나오나요?

 

인바디는 어떤가요? 지금은 인바디가 매우 큰 회사가 되었고 건강검진에도 사용할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죠? 그런데 BIA 검사기기를 원래 더 많이 사용한 곳은 비만전문 한의원들이었습니다. 인바디 쓴다고 의협에서 문제삼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인바디는 한의사가 만들었나요? 근데 왜 쓰죠?

 

비경과 이경은요? 이비인후과(ENT)의 진단기기이지만 비염전문 한의원에서는 필수로 갖다놓고 쓰죠?

 

뇌파검사기는 어떤가요? 아, 이건 문제제기를 했네요. 치매, 파킨슨 시장이 크니까요. 그런데 일차의료기관에서 조기에 걸러지면 좋지 않나요? 조기발견해서 진행을 막는것이 좋잖아요. 대신에 책임만 지우면 되죠.

 

왜냐하면 결국 핵심은 의사들의 수익의 체인을 위협하느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나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의협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죠. 근데 이 상황이 의사들의 이권수호를 위해서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시란 말입니다. 이권만 가지고 하는게 아닐수도 있죠. 그런데 이권때문이라는 것을 쏙 빼버리면 스스로에게 인지부조화가 옵니다. 간단한 설명을 버리고, 한의사의 능력을 폄하하고 나쁜 인격을 프레이밍하는 방향으로 가는거죠. 그리고 그것이 갈 곳 없는 혐오를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3. 한의사를 미워해서. 한의사를 의료인 취급해주지 않기 위해서.

사실 이제는 이게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의협은 이미 한의학 말살을 위한 작업을 수십년간 해왔습니다. 한특위라는 단체를 만들고, 여론조성을 위한 산하조직을 구성하고, 학부때부터 한의학에 대한 편견을 주입시키는 교육을 해왔습니다.

 

작업 초기에는 한의학에 대한 여론도 나쁘지 않았을 뿐더러, 의사분들이 한의원에서 한약이나 침치료를 받도록 권유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의 연구도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구요. 그러나 이제는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한의사를 말살하는 것입니다. 국민건강, 의료체계 정상화는 이제 아무도 고민하지 않습니다. 원래 나쁜 생각은 더욱 빨리 전파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통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며 극단적인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인간의 본능입니다. 의사라서 그런것이 아니라, 인간이라서 그런 겁니다.

 

그런데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판독한다면? 한의사와 의사의 지위가 동등해집니다. 사실 의료인으로서 동등한 것이 맞죠. 시작은 한의사를 paramedical로 낮추고, 의료권력을 독점하고 싶었던 개인일겁니다. 그러나 이제 패거리즘에 물든 양의사들이 한의사를 무분별하게 혐오하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지 마십시오.

집단이 심어주는 생각대로 살지 마십시오.

현명하고 합리적인 개인이란 환상입니다.

그러나 그런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리를 끊고 나와, 스스로 생각하는 삶을 살고자한다면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