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주요 진단기술 중 하나가 설진입니다. 설진은 설태와 설체(설질)를 나누어서 봅니다.
설태는 혀 위에 끼는 이끼(苔)같은 것을 말하고 설체는 혀 자체를 이야기합니다.
보통은 백태~황태가 끼거나, 지도설이 있는 정도인데요.
간혹 혀가 검어졌다고 호소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한의학적인 내용을 보겠습니다. 모든 문헌을 참고할 능력이 안되니 동의보감만 보겠습니다.
靈樞曰, 熱病口乾舌黑者死. 영추에서 말하길 열병에 입이 마르고 혀가 검으면 죽는다. 凡舌黑俱系危證, 惟冷而滑如淡墨然者, 乃無根之火也. 《入門》 혀가 검은 것은 모두 위험한 증상이다. 오직 혀가 차고 매끄러우면서 옅은 먹빛을 띠는 것은 무근(無根)의 화가 있기 때문이다. 口乾舌黑, 不治. 입이 마르고 혀가 검게 되면 치료하지 못한다. |
혹은
寒變爲熱, 則舌上之胎, 不滑而澁. 是熱耗津液, 而滑者已乾也. 若熱聚於胃, 則爲之舌黃. 金匱曰, 舌黃者, 下之黃自去. 若舌上黑色者, 又爲熱之極也.《明理》 한이 열로 변하면 설태가 매끄럽지 않고 꺼칠꺼칠하다. 이것은 열이 진액을 소모시켜 매끄러운 것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열이 위(胃)에 모이면 설태가 누렇게 된다. 《금궤》에, "혀가 누렇게 되었을 때는 설사시키면 누런 것이 저절로 사라진다"고 하였다. 혀에 흑태가 있으면 열이 심한 것이다.《명리》 舌上白胎者, 邪未入府, 屬半表半裏. 以小柴胡湯和解之. 舌生黃胎者, 熱已入胃, 調胃承氣湯下之. 舌上黑胎, 或生芒刺者, 是腎水剋心火. 急以大承氣下之, 此熱已極也. 《醫鑑》 혀에 백태가 있는 것은 사기(邪氣)가 아직 육부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반표반리에 속해있다. 소시호탕으로 화해시켜야 한다. 혀에 황태가 생기는 것은 열이 이미 위(胃)에 들어간 것이니 조위승기탕으로 설사시켜야 한다. 혀에 흑태가 생겼거나 혹은 혓바늘이 돋는 것은 신수(腎水)가 심화를 누른 것이다. 급히 대승기탕으로 설사시켜야 하니 열이 이미 심해졌기 때문이다. 《의감》 治法, 取井水浸靑布片子, 淨洗舌上, 後以生薑片浸水, 時時刮舌, 黑胎自退. 《醫鑑》 치료방법은 우물물에 푸른 베 조각을 담갔다가 혀를 씻어낸 후, 물에 담갔던 생강 조각을 수시로 혀에 문지르면 흑태가 저절로 사라진다. |
등으로 표현됩니다.
어디서는 죽을 병이랬다가, 생강으로 문지르면 없어진댔다가 기준이 없어보이는데요. 혀가 검어지는 것과 검은 태가 끼는 것의 차이로 보면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혀나 입술은 혈관의 상태를 가장 살피기 쉬운 부위였기 때문에, 혀를 심장의 싹으로 묘사했습니다. 혈액순환이 안되는 정도라면 자주색, 암적색으로 표현하거나 어반(瘀班)이 생긴다고 하거든요. 혀 자체가 검은색이면 거의 죽기 직전 상태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거나 혈전증, 급성 패혈증 등의 상태가 아닐까요. 현대에서는 한의사가 이런 환자를 볼 일이 없습니다. 바이탈은 바이탈과로 가야지요..
아래의 혀 사진을 보겠습니다.
위의 사진과 아래의 사진에서 차이점을 발견하셨나요?
사실 이 사진들만 가지고 감별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때문에..
위의 사진은 양성입니다. 가만히 둬도 상관없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위의 사진은 흑모설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혀의 유두돌기가 길어지면서 검어지는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은 흑모설에 속할 것입니다.
별도의 설명을 찾지 못했습니다만, 아래의 사진은 pellagra 환자의 혀입니다. 아마 멜라닌 색소 대사에 관여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검은 잉크를 뿌려놓은 듯 뚜렷한 검은 색입니다. 아래의 사진에서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pellagra는 비타민B3(niacin) 결핍증입니다.
설사(diarrhea), 피부염(dermatitis), 치매(dementia), 심지어 사망(death)까지 포함하여 4D 증상이 특징적입니다. 검은 혀는 나타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만, 과거 병리학적 이론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는 '검은 혀 병'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흔한 병은 아닙니다.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극빈층, 노숙자, 난민 들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닉스타말화(Nixtamalization) 되지 않은 옥수수가 주 에너지 공급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균형잡힌 식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고 니코틴아마이드를 투여하여 치료하기도 합니다.
알콜중독, 약물 상호작용(향정신성 의약품, 세포증식억제제, 결핵 치료제, 진통제 등), HIV, Hartnup 병 및 Carcinoid 등의 흡수장애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흔하지 않으며, 대부분 영양결핍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환경을 고려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검은 혀보다 특징적인 증상들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려하면 됩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설사인데요. 흑태는 한의학적으로 우리 몸의 진액이 부족한 상태인데, 그 상태에서 설사가 멎지 않으면 한의학적으로는 굉장히 나쁜 예후를 지닙니다.
마지막으로 흑모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흑모설 같이 보려고 쓴 글입니다.
점이 있다고 전부 흑색종이 아니듯이, 대부분은 검은 태가 낀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흑모설(黑毛舌)은 그 이름에서 보이듯이 실상은 혀에 털이 자라는 증상입니다. 유두돌기가 길어지면 박테리아, 효모, 담배, 음식물 등을 더 쉽게 잡아둘 수 있게 됩니다. 미각의 변화(특히 금속맛)나 구취, 구역/구토(너무 길어진 경우) 혹은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색은 갈색, 황갈색, 노란색, 흰색일 수도 있습니다.
뚜렷한 원인은 없으나 아래와 같은 원인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항생제 사용
- 구강건조증
- 산화제가 포함된 구강청결제를 장기간 사용
- 흡연
- 커피/홍차의 과도한 섭취
- 부드러운 음식 섭취 + 혀를 닦지 않는 습관
- 열악한 구강 위생 : 정기적으로 스켈링을 받으세요.
일반적으로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양성 증상이므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용적 목적 + 환자의 불안감 때문에 치료를 원하는 것인데요.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치료법은 혀를 닦는 것입니다. 은근히 양치질하면서 혀를 닦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입냄새가 나서 고민이신 분들은 반드시 혀를 닦아주셔야 합니다.
* 감별진단
색소성 진균형 유두 [Pigmented fungiform papillae of the tongue]
대부분 흑인 그룹에서 발병하며, 일부 인도인, 아시안에서 보고되기도 한다.
진단은 쉽지만 의학문헌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흑색가시세포증 [acanthosis nigricans]
몸의 접히는 부위에 색소 침착과 사마귀 모양의 피부 비대 병변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
인슐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특히 비만한 환자에서 흔하다. 우선 살을 빼는 것이 유효하다.
기타 암에 대한 검진을 해볼 수 있다.
정상 혀에서도 음식에 따라 검게 보일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블루베리가 흔했습니다.
oral hairy leukoplakia는 구강 백반증인데, 하얀 반점이므로 임상에서 완전히 구별됩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진액이 모자라고 열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음허증, 음허화동증 등으로 변증하여 치료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치료 의지에 따라 한약치료를 병행할 수 있겠고, 한약을 사용할 때는 가급적 변증에 포함되는 다른 목표로 같이 설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통 진액을 보충하는 보음/보정/보기보혈제를 기본으로 치료합니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 제38권 2호(2017년 5월)에 廉泉(CV23), 翳風(TE17), 大迎(ST5), 頰車(ST6), 中脘(CV12), 天樞(ST25), 合谷(LI04), 內關(PC6) 太衝(LR03), 足三里(ST36) 등의 혈자리를 사용했다는 증례가 있으나, 지백지황탕 가미방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침 치료만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약의 효과가 더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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