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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한의사는 꿀 직업일까?

by KMDK 2021. 6. 21.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어떤 분에게 아래와 같은 캡처를 받았다..

 

*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면 좋겠다. 어떤 시술이나 방법에 대한 것인지?

일부는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고,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이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는 시술들도 있다.

 

그리고 침을 비롯한 시술이란 원체 플라시보를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약과는 연구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이는 침 뿐 아니라, 추나를 비롯한 수기요법, 각종 물리치료, 수술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인 것이다. 수술 역시 플라시보를 배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한약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단일성분으로 이루어졌던 고전적인 약물들과 달리 한약은 천연물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성분이 있으며, 그 성분들이 이루는 복잡계를 파악할 방법이 마땅찮았다. 한의학은 그것을 수천년에 걸쳐 경험을 때려박아서 해결해왔다.

 

짧게 정리해보자면 이런 식이다.

 

1. 병은 나쁜 기운이 몸에 들어온 것이므로 일단 몸에서 빼내야 한다. 토를 하게하고, 땀을 빼고, 설사를 시키면 된다.

2. 이런 사람들은 안낫는데? 혹시 신체 기능이 떨어져서 그런 것 아닐까? 보약을 써보자.

3. 이런 사람들은 안 낫는데? 혹시 사람마다 선천적인 체질이 다른 것은 아닐까? 체질에 따라 약재를 분류하여 사용해보자.

4. 이런 사람들은 그래도 안낫는데? 이건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기운의 성질이 다른 것 아닐까? 이런 약들을 써보자.

5. ...

6. ...

7. 나는 도사가 될거야. 수은을 먹어볼까?

8. ...

9. ...

 

중간에 도사가 되려고 수은을 먹는 것에 중점을 두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수천년간 쌓여온 아시아 지역의 치료 문헌을 토대로 사피엔스에 통용되는 실제 작동하는 치료기술만을 뽑아내어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한의학이라고 생각한다.

 

...

 

한의학의 학문 체계는 현대과학의 눈으로 보자면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럴수밖에. 관측 도구나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시절의 가설 덩어리니까. 그러나 현대의 한의사들이 그런 가설 덩어리를 정말로 '종교적으로'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 그러면 서양의학을 하지?

일단 우리 나라 면허체계는 의사와 한의사가 구분되어있다.

만약 우리나라의 의료인 면허체계가 의사한의사의 구분이 없다면 글쓴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의사와 한의사는 엄연히 다른 면허체계이다.

 

서양의 과학혁명에서 시작한 주류의학은 바이탈을 다루는데는 매우 월등하다. 즉, 병원에 가면 죽지않게는 해준다. 그러나 바이탈과 관련이 없는 질환에 있어서는 구멍이 많이 뚫려있다.

 

한의학이나 기능의학은 이러한 '불편하지만 죽지는 않는 질환'들에 대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루팡 라이프?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째로 한의사는 의료인 중 그리 몸이 편한 직업군은 아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해야하는 액팅이 많기 때문이다.

수술? 일단 바이탈 과는 제외하도록 하자. 그들은 의사 중에서 제일 빡신 일을 하는 분들이니까.

한의사들은 일단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한다. 침을 놓는 것도, 부항을 하는 것도, 추나 치료까지도.

의사들은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액팅이 적은 편이다.

 

둘째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직업이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경제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이니 잘 아시겠지만..

목수나 타일공분들도 월에 천만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가는 경우가 흔하다.

그 분들도 꿀빠는 직종일까? 대충 벽에 시멘트 바르고 타일 덕지덕지 붙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남들은 못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뭐, 나도 3D 직종이나 정말 힘든 곳에서 사회를 지탱해주시는 분들에 비해 꿀을 빤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한의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엘리트 직업군이나 전문직종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말이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험한 일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도 바이탈 과를 선택하신 전문의분들은 대단하신 분들이다.

 

 

*한의사는 수련을 받지 않는가?

의사도 GP라고 불리는 일반의들은 수련을 받지 않는다. 다만 한의사는 로컬개원의 비율이 우세하기 때문에 병원 수련을 받는 일이 적은 것이다. 이는 직종의 특성 차이에 불과하다.

 

한의사도 전문의가 있으며,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수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굳이 전문의를 따지 않고 로컬에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만약에 저 포스트의 작성자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내가 이 글을 쓰는데는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한 달에 한시간씩 두세번만 투자하면 되는데, 내가 유튜브를 보니 유명 블로거는 한달에 억대의 금액을 벌기도 한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꿀보직이 또 있는가?

 

내가 네이버에 정보를 검색하다보면 블로그 글은 죄다 광고성이라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일도 하지 않으면서 거액의 돈을 버는 블로거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적폐이자 청산의 대상이다.

 

라고 주장한다면 어떨까요?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는 이렇게 강한 어조로 주장을 하시거나 적대감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현명해보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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