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은근히 이런 것들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한테 여쭤보시는 분들은 비 한의사시구요. 목적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대체로 '호기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는 결코 낮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올바른 접근법을 가지는 분들은 정말 손에 꼽습니다. 비전공자니까 당연하겠죠...
더닝 크루거 효과 ;
만약 당신이 한의학 문외한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연전연승중인 더닝 크루거 곡선을 보겠습니다. 우리는 자신감이 넘칠 때 스스로 경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게 성숙한 인간입니다. 사실 저는 한의학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을 꺼리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초보자는 이상한데 꽂혀서 잘못된 지식을 퍼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의대를 졸업할 때쯤 되면 우매함의 봉우리 근처를 맴돌게 됩니다. 뭔가 아는게 있는듯, 없는 듯 한데 환자를 조금 보다보면 자신감이 차오르게 됩니다. 연차가 낮은 한의사나 한의대생은 그래도 최소한의 생리, 병리에 대한 지식이 잡혀있는 상태인데, 자칭 '전문가'들은 더욱 심각합니다. (ㅈ문가라고도 하죠..) 정작 공부가 깊어지는 임상 10년차까지는 절망의 계곡에서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태반이구요. 임상이나 학문의 고수 반열에 오르는 깨달음의 비탈길 이상의 사람들은 대중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분들이 여러분에게 먼저 다가올 일은 절대 없습니다. 게임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무슨 심오한 이치를 이야기하고 있겠습니까 ㅎㅎ 완전 초심자에게 다가가는 무리는 대개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꾼이거나,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자신에 취한 바보들이 대부분입니다.
한의학은 진입장벽이 높은 학문이다.
한의학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의학은 여타 현대의 주류 학문과 다른 룰을 가진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오해하시는 분이 나오면 조금 더 보충설명하겠습니다.
'세대차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인류가 사회를 이루고 산 이후, 단언컨대 단 한번도 세대갈등이 없었던 시절은 없습니다. 사용하는 용어도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본능입니다. 자아가 완성되는 시기의 새로운 세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기존의 세대들과 차별성을 갖고 싶어 합니다. 10대들이 카톡보다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쓰고 로블록스, 제페토 등 메타버스를 이용해 소통하는 본질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저 같은 30대들이 우르르 로블록스로 몰려가면 그들은 다른 소통 매체를 찾을 겁니다.
갑자기 세대차이 이야기를 왜 했냐면, 한의학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은 동북아시아에서 오랜 기간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져온 의학 체계입니다. 그 역사는 최소 3천년입니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언어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현대에 통용되는 한자나 중국어를 쓰고 읽을 줄 안다고 하여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징이 있다보니,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초급자' 수준의 지식을 가지기기 쉽지 않습니다. 영 이상한 언덕을 올라가서 '나는 한의학을 공부했다'고 외치는 경우가 많아요.
한의학이 왜 궁금한가요?
일단 한의대생, 한의사들이야 닥치는대로 공부하면 됩니다. 여기서 저기까지 중에 어떤 걸 공부하지? 뭘 걱정하십니까. 여러분들은 전부 다 보면 됩니다.
그러나 내가 한의사가 아니라면? 목적에 따라 잘 공부해야겠죠.
대충 생각해봤는데, 제 지인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해줄 것 같습니다.
- 만약 내 몸을 고치는 것이 목적이라면 한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어깨너머로 본 토막지식으로 치료가 될 거였으면 여러분은 지금 고민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님이 10분 봐서 고칠 질병이라면 누가 고쳐도 고쳤겠죠.
- 내 몸을 잘 관리하고 싶다면 굳이 '한의학'에 국한시키지 않아도 공부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능의학이 그런 갈증을 잘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한의학적인 양생법이나 체질 진료도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독학으로 익히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 내 몸에 대해 잘 이해하고 싶은 호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은 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지만, 한의학적 이론이 진실은 아닙니다.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도구일 뿐입니다. 한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필요없는 지식일 수 있습니다.
-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한의학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입니다. 사실 이 분들을 위한 가장 좋은 솔루션은 한의대 편입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겠죠. 이제부터는 딱 이분들을 위해 글을 쓰겠습니다. 한의학 그 자체에 대해 호기심은 있는데, 편입을 준비할 정도로 궁금하지 않거나 / 그만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 싫은 분들..
무엇을 한의학이라고 할 것인가?
일단 정의를 내리고 시작해야겠다.
'한의학'의 정의를 위와 같이 분류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임상적 정의;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
임상이란 실제 진료현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전통적인 '한의학' 영역 뿐 아니라 서양의학적 지식, 대체의학, 개인적 경험을 모두 통틀어서 사용하게 된다. 일단 결과가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보통 '플라시보 효과'라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지만, 실제 임상에서 플라시보 효과를 얼마나 잘 일으키느냐도 그 사람의 진료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 로컬에선 잘 고치면 장땡이다. 즉, 임상적으로 보는 한의학이란 한의사가 사용하는 모든 치료적 기술과 그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론(인체관과 생리, 병리를 포함하여)을 총칭한다. 학문 그 자체보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추나치료'의 정의에서 보다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하거나 추나 테이블 등의 보조 기구를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 구조에 유효한 자극을 가하여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치료하는 한의학 수기요법(手技療法)이다."
쉽게 말해 카이로프랙틱이건 정골의학이건 마사지이건 한의사가 치료적 목적을 가지고 행하는 수기요법은 '추나'로 정의합니다. 현재 척추신경추나학회의 커리큘럼은 오스테오파시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학문적 정의; 오랜 기간을 거쳐 검증된 방법인가?
한의학은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의학이다. 독자적인 인체관을 중심으로 병리현상과 치료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있는 학문이다. 한의학이 현대에까지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동원리는 수천년에 걸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여기서의 검증이란 온전히 과학적인 방법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쌓인 세월과 케이스 숫자가 증명하는 '작동성'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어떠한 증상들의 집합에 대해 특정한 치료방법이 동작하는가?"를 중점으로 살펴보는 관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보다 기술이 먼저 발전하게 됩니다. 우리는 '정교하지 않은 이론체계'가 있더라도 '기술'만은 가져다 써야합니다. 물이 왜 끓는지는 몰라도 밥은 지어 먹어야죠. 이에 대한 이해는 아래 포스팅을 보면 깊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omdgaba.tistory.com/99
3. 기타.... 법률적 정의
의료법상 한의학은 '한방 원리에 따른 의학'으로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상태입니다. 결국 정치력과 파워게임이고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참고로 현행상 한의원에서도 영상진단기기나 채혈을 통한 혈액검사기를 써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검사에 대한 비용을 받지 못합니다.
분량조절 실패... 께속...
한의학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한의학 공부 접근법 - ②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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