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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23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철학책이나 윤리학 관련 도서를 읽다보면 sein과 sollen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만약 독일어를 공부한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매우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영어로 따지자면 (완전히 1:1 대응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sein은 be동사, sollen은 should 등의 의무 조동사로 생각할 수 있겠다. sein이란 있는 현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명제이다. sollen이란 이상적인 지향점을 표현하는 명제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우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sein 명제)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 (sollen 명제) 라고 할 수 있겠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 세상에는 sollen과 sein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이다. 이 명제를 구분하는 것만으로 나와 내 주변인들의 .. 2022. 4. 22.
공부는 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https://youtu.be/DGANAv-1uzw 공부를 많이 하면 많이 알게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공부를 하면 공부를 하기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공부의 본질은 아는 것에 있지 않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극히 일부분이며 불규칙성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는 자연계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단순화시키고 패턴화시켜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사고의 틀이 이론이다. 어떤 내재화된 이론을 가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이 현명한지 어리석은지를 결정짓는다. 데이터 과학의 용어 중 underfit과 overfit이라는 개념이 있다. 데이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모델이 good fit이라고 하면, 너무 많은 무의미한 요소를 고려한 것을 overfit, 의미있는 변수들.. 2022. 4. 21.
한약을 먹으면 간이 상한다는 기사를 보고 한약을 먹어야 나을 것 같은 할머니 한 분에게 한약을 권유하였더니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한약 복용을 꺼리셨다. 첫째는 한약을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약을 먹으면 간이 상한다는 것이다. 일단 첫번째 이야기는 낭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well-dying의 문제는 한약치료보다는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고 그에 대한 가치판단은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깊이있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물론 생에 대한 의지가 매우매우 강한 나는 무조건 연명치료를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해논 상태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오랜 떡밥인데, 한약으로 인한 간 손상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데서 더욱 악질적이다. 원래 모든 선동과 날조는 99%의 그럴싸한 진실과 1%의 치명적인 거짓으.. 2021. 6. 26.
한의사는 꿀 직업일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어떤 분에게 아래와 같은 캡처를 받았다.. *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면 좋겠다. 어떤 시술이나 방법에 대한 것인지? 일부는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고,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이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는 시술들도 있다. 그리고 침을 비롯한 시술이란 원체 플라시보를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약과는 연구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이는 침 뿐 아니라, 추나를 비롯한 수기요법, 각종 물리치료, 수술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인 것이다. 수술 역시 플라시보를 배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한약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단일성분으로 이루어졌던 고전적인 약물들과 달리 한약은 천연물을.. 2021.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