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구당 김남수'에 대한 환상을 가진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저도 '비제도권'의 '은둔고수'에 대하여 부정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은둔고수가 스스로 고수라고 밝히는 법은 잘 없습니다. 치료의 고수이고 스스로 돋보이고 싶다면, 최소한의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훨씬 쉬운 방법이거든요. 비제도권의 은둔고수는 한지의사제도가 있던 시절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요즘엔 의료 인력이 과잉입니다.
물론 이미 임상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의대, 한의대에 진학/편입하여 의료인 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의사인 제가 한의사 면허와 더불어 의사 면허를 따고 싶으면 지금 하는 병원이나 한의원 일을 그만두고, 수천만원의 학비를 내고 최소 4년간의 커리큘럼을 거쳐 국가고시를 통과하여야합니다.
- 학비는 높은 장벽이 아니지만 (차후 면허의 가치를 생각하면)
- 커리큘럼을 이수해야하는 필수기간은 30대가 넘어서면 쉽게 결정하기 어렵지요.
구당은 왜 한의사 면허를 따지 않았나?
그러나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경계는 매우 큽니다. 한의사는 일반 의사에 비해 의료기사 지휘권이나 x-ray 등의 진단기기를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제가 구당의 위치에 있는 paramedical이었다면 무조건 한의대에 입학하여 면허증을 땄을 것입니다.
대체 왜 면허를 안 땄을까요?
-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해서?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해서라도 면허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불법 무면허 의료 논란을 피할 수 있구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땠죠? 무면허 진료를 평생하며 한의원에서는 1만원 이내... 노인이라면 2000원 가량으로 받을 수 있는 치료를 굉장히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 시술했습니다. 환자를 위한 일이었을까요?
- 후학을 키우기 위해서?
그럴리는 없지만, 만약 구당의 치료가 한의학적으로 적통이며, 후세로 널리 알려져야할 치료라면 역시 한의대로 진학하여 임상 교수의 길을 걷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무면허 치료에 대한 자격증을 남발했지요 ㅎㅎ
뜸사랑 회원과 한의대생... 어느 쪽이 더 뛰어난 인재풀일까요?
- 전통 한의학을 수호하기 위해서?
그의 이론은 전통 한의학이 아닙니다.
애초에 한의학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 쌓여온 의학 경험과, 그 경험을 설명하고자 하는 각종 의론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런데 구당의 뿌리는 어디일까요?
구당은 일제시대에 침사를 획득한 사람입니다. (이 침사획득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대법원에서는 허위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일본식 침술을 익힌 사람인 것인데, 이게 전통 한의학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애초에 원전에 근거한 침술을 사용하거나, 현대적으로 발전한 침술을 사용하거나,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사암침 등의 침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슨 침을 쓰는거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한의대 예과 학부생 수준의 정리물은 있는 것 같은데...
-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못땄나?
일단 성공한 기업인이죠.
시간당 금액으로보면 한의대보다 비싼 교육비를 받고, 한국에서 침을 제일 잘 놓는 한의사보다 비싼 진료비를 받았죠. 자본도 많구요. 시간이 없었을까요, 돈이 없었을까요?
수능을 못본다... 글쎄요... 수능은 애초에 그렇게까지 어려운 시험이 아니라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뿐더러, 편입이라는 수단도 있는데요.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았죠.
왜일까요?
구당은 침사인가?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2347335
일단 본인 주장으로는 1943년 침사면허를 획득했다고 합니다.
43년 침사자격을 획득하고 72년에 갱신해야 하는데 갱신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83년 대법원 판결로 인정을 받아 자격증을 재교부받아 남수침술원을 개설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news.joins.com/article/7261530
법원에서는 침사 자격 획득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합니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전라북도에서 침사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주장하였는데, 실제로는 전라북도에서 취득한 기록이 없습니다. 함경북도에서 침사 자격증을 발부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역시 함경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한 적이 없습니다.
당시 경력보증 방법이 허술한 점을 이용해, 본인이 전라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받았다고 허위로 주장하여 이북 5도에서 경력 인증원을 발급, 83년도에 다시 침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것입니다.
이것을 적법한 절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침의 전문가라는 주장 자체가 허위입니다..
그는 왜 '아웃사이더'를 택했을까?
www.yna.co.kr/view/AKR20110614100700004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허철호 부장검사)는 14일 구사(뜸 놓는 사람) 자격 없이 침뜸 교육을 해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 등)로 구당 김남수(96)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0년 7월1일∼2010년 12월31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구당빌딩 등 자신이 운영하는 침뜸교육원에서 불법으로 침뜸교육을 해 약 143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2008년 4월1일∼2010년 7월11일 침뜸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을 상대로 시험을 보게 하고 합격자 1천694명에게 '뜸요법사' 또는 '뜸요법사인증서'를 부여하는 등 국민의 건강에 관련된 민간자격을 만들어 운영한 혐의도 있다. |
돈이 되니까요.
불법 무면허 자격증 발부사업을 통해 143억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았습니다.
다 드러났을까요?
그럴리가요 ㅋㅋㅋ 이 기사에는 불법 의료행위로 올린 수익은 들어가있지도 않습니다..
구당 김남수는 치료 실력이 좋을까?
그래도 임상에서 오래 구르다보면 실력이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나 간호조무사로 들어왔으나, 본의로든 타의로든 수술을 직접 많이 하게 된다면... 그 수술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학문적인 베이스는 떨어지겠죠.
그런데 구당은 뛰어난 치료사였을까요?
www.pressian.com/pages/articles/65474#0DKU
기사를 보면 일단 다른 거짓말들에 대해서도 샅샅이 파헤치고 있는데요..
눈 여겨 볼 것은 "장진영씨의 암세포가 침 뜸으로 사라졌다"는 부분입니다.
인체는 매우 복잡합니다. 복잡계죠.
단순화시켜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인체에 대해 약간의 이해도만 있더라도, 수차례의 침과 뜸으로 종양의 크기를 1/3로 줄인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얼토당토않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와 주장에 잘 혹하는 시기가 있긴 하죠. 예과생때요.... 재수하지 않고 입학했다면 20살, 21살인 시기에는 이런 주장에 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80세가 넘도록 임상을 했는데 이거 구분이 안간다구요?
그러면 그 사람은 경험을 헛으로 쌓은 것입니다.
경험주의의 시조인 프란시스 베이컨입니다.
베이컨에 따르면 진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
일단 종족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은 뚜렷해보이네요.
그간의 임상이 얼마나 편견에 차있었을지는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습니다..
"나에게 치료를 받았으니 나아야 한다"는 명제가 환자의 증상, 호소, 관찰결과보다 우선한 것입니다.
임상을 하는 모든 의료인들도 경계해야할 자세입니다.
모든 치료를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입증된 치료로만 구성하는 것도 비현실적이긴 하거든요.. 그래도 최소한 노력은 해야죠.
아무튼 자기 확신만 강해지는 형상의 임상을 했을것으로 보이고, 환자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아보이네요.
뭐 그렇다면 실제 치료실력도 좋을거라고 기대는 안됩니다 ㅠㅠ
교주의 권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이비를 경계하십시오.
비슷하지만 아닌 것을 사이비라고 합니다.
- 전문 분야가 아니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경계해야합니다.
- 겸손하지 못한 사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이비는 '일단 유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좋은 사람인지를 확인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 궁휼지심이 있다면 최소한 공부는 하게 되어있거든요.. 공부를 하다보면 제일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심을 다해서 어떤 일을 대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겸손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절망의 계곡을 거치니까요.
그래서 진짜 대가들은 겸손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구요. 일단은 이것을 감별 포인트로 잡아도 될 것 같습니다.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의학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한의학 공부 접근법 - ① (0) | 2021.05.03 |
---|---|
해리엇 홀 - 침술의 신화에 침을 놓다 (5) | 2021.03.11 |
기술의 발전에는 인과적 이해가 필수적이지는 않습니다. (0) | 2021.02.19 |
새해목표, 작심삼일 되지 않는 방법은? (0) | 2021.01.31 |
유퀴즈 온 더 블록의 과학고 출신 의대생은 왜 욕을 먹어야 하나? (0) | 2021.01.18 |
댓글